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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페미니스트에게 보내는 편지

다들 잘 살아있어?

 

 

불편한 용기, 비웨이브, 한미동맹 지지...

 

시위에 참가하고, 목소리를 높이던 나날들이 있었다.

 

아는 사람은 눈치챘겠지만 정확히 말하면 이 카테고리의 글들은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혐오를 생산한다고 언론으로부터도, 사회로부터도, 리버럴 진영으로부터도 그렇게 악마화를 당하던 래디컬들말이다.

 

기존의 혐오를 성별만 바꿔서 그대로 보여줬을 뿐인데, 그게 혐오를 '생산'하는 거라니... 글쎄다, 래디컬들은 그렇게 혐오를 '생산'할 정도로 창의적이진 못했다. 래디컬들이 아무리 남성문화의 것들을 되돌려주려고 해도, 그 심연들이 너무 깊어서 따라가기 힘들겠더라. 뿌리도 깊고, 광범위한 여성 혐오. 그래 혐오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이렇게 말해볼까? 여성 경멸, 여성 무시, 여성 비하 등등. 그 모든 걸 총칭해서 혐오라고 부르기로 했다만.

 

여전히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여성의 월경을 '피싼다'고 비하하며 숨쉬듯이 쓰고 있고, 감성적이거나 약한 모습을 보이면 '피냄새 진동한다'며 경멸하고, 여성 경찰을 멸시하는 '오또케'란 말을 끊임없이 사용한다. 국내 이용자수가 가장 많은 커뮤니티들에는 반페미니즘 글이 항상 베스트에 올라가있고, 페미니즘에 관련되지 않아도 여성이 저지른 범죄, 여성이 저지른 우스꽝스런 사건 등등 항상 여성을 비난하기 쉬운 게시글이 올라온다.

 

어쩌면 남성들이 자존감을 채우는 최후의 보루가 여성인가 보다. 여성을 경멸하고 비하하고 웃음거리로 삼으면서, '아 나는 적어도 열등한 여자는 아니니깐. 나는 남자잖아' 하고 무의식 중에 그들의 무너진 자존심과 자존감을 채우나보다.

 

그렇게 깔아 뭉개면서도, '여자들은 특권을 가지고 있다, 꿀 빨고 있다' 이러기 십상이다. 방금까지 그렇게 물어뜯고 짓밟았으면서 여자들이 편하게 산단다...

 

자신을 둘러싼 사회가 끊임없이 생득한 성별에 대해 부정적인 메시지를 던지는데, 어떻게 편할 수 있을까? 운이 좋은 여성들도 있겠지만, 나는 거의 모든 여성이 학대가정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가정에서 독립하듯이 벗어날 수도 없는, 결국 죽을 때까지는 상호작용 해야 하는 이 거대한 사회, 여성을 차별하고 혐오하고 멸시하고 유혹하고 유린하는 사회 말이다.

 

그래..

 

우린 결국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지금은 잠자고 있는 래디컬들, 누군가는 등을 돌렸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포기했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후회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그저 숨어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저 나는 당신들이 다 안전하고 무사하게 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사상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잘 살기 위해서 사상에서 깨달음을 얻는 것이니까.

 

그러니 지금 내가 래디컬인가 아닌가 생각할 필요도 없다. 나도 내가 래디컬인지 잘 모르겠다. 앞으로 쓸 글에는 아마 기존 래디컬의 주장과도 아주 다른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런 건 그냥 내 개인의 이야기로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당신이 어떤 모습이든 어떤 생각이든,

당신이 여자라면,

그저 다 안전하고 무사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그게 전부다.

 

 

 

 

 

 

일단 인삿말은 여기까지😁